카테고리 없음

[벽돌1]코폴 다리 좁은 문으로 1. 국어시간만 소설가

코폴다리 달은비추고 좁은문으로 2021. 3. 23. 21:06

초등학교 6학년 국어시간이었다.
내 짝궁은 시인이 된다고 했다.
아직 그의 이름은 시인으로 등재되어 있지않고
나도 소설가가 된다고 했지만
내겐 꼼꼼한 스토리가 부족했고
일기 한줄도 일주일간 제대로 써 본적이 없다.

시간의 강을 거슬러 와 비로소 여기 나
우리는 모두가 위로가 필요한 사람이었다
유투브를 감상하고 빈 손으로 나오다
미안해서 댓글을 달아볼까 추천을 누를까
초등 시절 꿈이 소설가였던 아이가 뛰어나와
추천을 누르고 감사평을 올린다.
당신도 위로가 필요한 사람이었군요.
세상 처음으로 음악의 귀가 열렸다
그동안 듣지 못했던 음률과 메시지가 들린다


2. 눈을 관찰하며 다짐

눈이 많이 내리는 아침이다
어제 오후부터 내리던 눈가루가 오늘은 쌓이고 굵어졌다. 아이를 등원시키고 집 주변 공원으로 왔다.
개산책은 이런 짖꿎은 날도 필수다.
나에게 개는 없지만
나는 나를 훈련시키러 공원으로 왔다지.
눈 앞은 하얗게 쉼표 마침표
간혹 느낌표들이 내린다
여백은 문장부호만 들어갈 수준이다
오늘부터 나는 매일 한편이상의 글 쓰기로 했어
운동화 안으로 추운 눈들이 빼곡히 들어와서 따뜻하다고그릉그릉 콧물들을 흘리고 얼굴만 내밀고 있다.
이렇게 높게 쌓인 고밀도의 눈은 밟기도 힘들다
쉼표도 없이 내린다.
사진작가에게도 그렇겠지
매순간의 흐름을 나중에도 확인할 수 있도록
뭔가 흔적이 필요하다
나는 이 글속에
빨리 회상할 촉매를 뭘로 담을지
꽁꽁 얼어가는 버튼 위에 얼어 있는
빨간 누드차림의 감각들을
올려놓고 써가며 생각한다
냄새는 없다.이성도 없다.
하얀 눈 나무 식상함 양념이 필요해.
눈이 소리가 없다지만 너를 둘러 싼 소리들이
더 크게 울리다가 눈 안으로 스며들고 얼어버린다.
소금 질감의 눈을 밟는 소리
사람들의 흐흐흐 웃음소리
발은 눈들을 허용 해 버린 양말이 야속하고
얼어붙은 내 감성이 야속하다
매일 글을 올리는건 불가능하겠지